무서운 이야기 (실화)

2024. 10. 29. 00:42내이야기

 

요즘 일이 너무 싫어서 블로그에 자꾸 쓸데없는 글만 적게 된다. 근데 사무실을 혼자 쓰니까 딴짓하기엔 최고다.

이 글을 썼던 당시 아침에,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. 출근할 땐 다행히 멈췄지만, 흐린 날씨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.

 

 

첫번째 이야기 : 일본에서


그때가 아마 2007년, 아니면 2008년 즈음이었을 거다. 우리 셋은 고등학교때부터 친구다.

난 모 대기업에서 사회초년생으로 일했고, 친구 N도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, K는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다. K는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어 공부하더니, 결국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힘든 적응기를 보내고 있었다.

어느 날, N이 "우리 K 보러 일본에 가자"라고 했다. 당시 난 매일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어서 꼴랑 하루 휴가를 내고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, 오사카에 가기로 했다. 그게 내 첫 해외여행이었다. N이 호텔과 비행기를 예약했고, 우리는 일본으로 출발했다.

N이 예약한 호텔 방은 작고 답답했지만, 나름 공간 활용을 잘한 듯했다. N은 창가 쪽 침대, 나는 화장실 쪽 침대를 쓰게 되었고, K는 자기 집에서 잠을 잤다.

약간 이런식


첫째 날 밤


새벽에 깨서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잠들었다. 그런데 갑자기 N이 불을 켜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더라. 반쯤 잠에서 깬 내게 “나 때문에 깼어? 미안, 어여 자”라는 N의 말을 듣고는 다시 잠들었다.

그런데 아침에 씻으려고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, 문이 잠겨 있는 거다. 새벽에 내가 잠결에 잠갔나 싶었지만,  너무 이상한 일이였다. 다행히 방 열쇠로 화장실 문을 열 수 있었다. 이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, 그냥 넘겼다.

 

우리는 여행을 즐기기 위에 전철에 올라탔는데.. N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.

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, “너 자는데 배 아프지 않았어?”라고 묻는 거다. 좀 생뚱 맞는 질문이라 배아픈건 없었다 하니 그제야 N이 입을 떼며 말해주더라.

N의 이야기


그날 밤, 누군가 자꾸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고 했다. “띵동… 띵동… 띵동…”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잤지만, 그 벨소리는 점점 더 급해졌다. N은 일어나기 싫어서 벨소리를 그냥 무시했단다.  내가 일어나서 문을 열겠거니 했단다. 그러다 벨소리는 사라지고 핸드폰이 울렸는데, N은 K양의 전화인 줄 알고 받으려 했단다. 그런데 그 순간 몸이 안 움직이더라고 했다. 겨우 눈만 간신히 떠졌는데, 내 쪽을 보며 “엘이야, 엘이야” 하고 내 이름을 외치려 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단다.

 

가위에 눌린거다.

눈을 돌려 내 쪽을 바라본 순간,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새하얀 얼굴의 일본 여자애가 기모노를 입고 내 배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더란다.

 


그리고 그 여자는 N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팔을 휘두르며 다가가려 했지만,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저 허공에서 팔만 허우적거렸대. N은 공포에 질려 겨우 깨어났고, 그때 불을 켜고 물을 마시던 거였다.

다행히 난 밤새 잠만 잘 잤다. K양은 그 귀신이 나를 가위눌리게 하려다 실패하고, 결국 눈을 뜬 N에게 가려고 한거라며 웃으며 말하더라. 난 귀신을 잡아두는 “귀신 킬러”가 됐어ㅋㅋ

 

두 번째 이야기: 미국에서의 가위 눌림


 내 아파트는 방 두 개에 화장실 1.5개짜리, 꽤 넓은 곳이다. 집 주변은 온통 숲이라 사슴이 나타날 때도 있다.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을 지나 작은 방과 화장실을 지나야 내 방이 나온다. 즉, 현관에서 가장 먼 곳이 내 방이다.

그날도 새벽에 자고 있었는데, 갑자기 “으드득, 으드득…” 하는 소리가 들리더라. 무언가 눈을 밟는 듯한 소리. 이곳은 눈이 안 오니까, 혹시나 사슴이 잔디 위를 밟고 지나가나 싶었다. 그런데 그 소리가 점점 더 가까워지는 거다.

그러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, 내가 그때까지 들어본 적 없는 낮고 강렬한 울림으로 변했다. 그 순간, 몸이 꼼짝도 안 하고,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. 나는 항상 문을 닫고 자는데 말이지..

열린 내 방문 문턱에 2미터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, 대머리에 미국인이었고 덩치가 어마어마했다. 그 남자는 무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, 공포가 엄습해오는 걸 느끼기 전에, 너무 피곤한 나머지 “에라, 그냥 자자”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.

 



다음날, 아무렇지도 않게 일어났지만 아직도 그 꿈 같은 경험이 생생하다.

결론: 가위에 눌리면 그냥 다시 잠에 들어라. 깨려고 애쓰는 것보다 편하게 주무시는 게 나을 수도 있다.